추모 글 남기기 : Kondolenzbuch  

이영준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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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오복 댓글 0건 조회 3,895회 작성일 20-04-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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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일요일 밤 10시 경에 이영준 선생님의 둘째 딸 노리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를 한 번 더 보려면 바로 오는 게 좋겠다는 전화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밤에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선생님께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음은 전날 가족들 그리고 짧게나마 선생님과의 통화에서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을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라, 함께 해오신 분들과 인사 나누실 수 있도록 집으로 모시기로 가족들과도 이야기하고 선생님께서도 그러시겠다 하셔서 준비해오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웠습니다.

몇 시간을 노리, 고마운 노리의 남자친구 그리고 저.
병원에서 예외를 허용해 주었습니다. 병실 안에 1인 밖에 머물 수 없으나, 밤이 늦었고 움직이는 사람들도 없으니 모두 함께 있어도 좋다 했습니다.
몇 시간을 선생님 곁을 지키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선생님께서 며칠은 더 버티실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시간 혼자 계시지는 않게 하자며, 우선 그 밤은 제가 곁에 머물고, 낮시간에는 가족들이, 그리고 다시 밤에는 제가 치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감사한 마지막 밤을 허락받았습니다.
잠깐잠깐 정신이 돌아오시고 눈을 뜨시면, 눈 인사도했습니다. 힘겹게 건네시는 몇 마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미시는 팔에 서로 꼭 껴안아보기도 했습니다.
한 자세로 오래 머무시는 베게 위치도 보고, 딱딱한 침대 난간에 신체가 닿지 않도록 선생님의 몸을 이리도 저리도 옮겨놓이기도 했습니다. 내일 노리에게 알려주리라 생각도 했습니다.
아침이 가까와지며 몸을 한쪽으로 누이시기가 잦아지고 난간을 쥐시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도 고통을 참으시느라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간호사도 다녀가고, 8시면 온다던 의사가 10시가 다 되어 오는 것을 보며 선생님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가는 저를 향해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드시며 OK를 보이셨습니다.
그렇게 다시 뵐 밤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낮이 저녁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흐르고, 이밤은 더 감사히 보내리라 이것저것 챙기고, 칫솔도 넣고 바나나도 챙겼습니다.
그냥 별 생각없이 한 걸음 일찍 나설 것을.....
도착한 병실에는 노리가 선생님 곁에 있었고,.... 방금 돌아가셨다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전했습니다.

내 더딘 발걸음을 탓하기를 잠깐,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그 순간에 사랑하는 딸이 옆에 있었던 것에 감사했습니다.
제게 주어졌던 선생님의 마지막 밤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아쉬움과 지난 기억들을 전해오시는 분들의 연락을 받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가시는 길이 외로우시지 않았음을, 지난 온 시간들이 혼자가 아니셨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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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나마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걸어오신 이야기들, 또한 친구로 정을 쌓아오신 이야기들 나누시는 시간은 조금 뒤로 기약해주십시오.

"그의 시간들"에는 노리와 함께 선생님 댁에서 찾은 수북한 사진들 속에서 추려내어 선생님의 지나온 시간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게시판들에는 이영준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채워주시고 서로 나누어주십시오.

"그를 기억하며 - 그의 이상"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시고 실천해오신 모습들이 담긴 사진을 올리시고 이야기도 적어 주십시오.
"그를 기억하며 - 나의 친구"에는 한 개인으로 맺어진 인연들 친구로서의 기억들이 담긴 모습들과 이야기를 담아 주십시오.
"추모 글 남기기"에는 가시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들을.
"제안하기 - 우리 모두를 위하여"에는 함께 해오시는 분들이 앞으로의 시간들을 위해 나누고 싶은 의견들을 주고 받았으면 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여러 분들이 함께 둘러 앉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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